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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油價)와 주가 (株價)의 상관관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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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油價)와 주가 (株價)의 상관관계
- 올해 들어서 주식시장은 뭔가 이상하긴 하다. 도통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해 이유를 알아보니 ‘기름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1월 말 이후 유가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자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유가가 떨어지면 반가워해야 할 일이니 주가가 올라야지, 떨어지다니?
세계 주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라들이 유가가 하락하자 주가가 떨어지고, 상승하자 회복하고 있다. 원래 유가 상승은 전 세계의 골칫거리였다. 재작년 미국 언론은 세계경제가 고유가로 충격을 받으면 미국이 불황 속에서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었다. 유럽연합(EU)의 독일 프랑스 스위스 국경 지역에서는 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인접 국가로 국경을 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작년만 해도 일본에선 난방용 등유 값이 뛰자 난방을 줄이는 대신 ‘옷을 따뜻하게 입고 일하자’는 ‘웜 비즈(warm-biz)’ 운동이 겨우내 펼쳐지기도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4월 신문을 찾아보면 “국제 유가 급등으로 한국 경제에 적색 경보등이 켜졌다” “고유가는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소비에 전방위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경제를 골병 들게 할 수 있다”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등 유가 상승으로 인한 어두운 예상이 가득하다.
그런데, 막상 이런 상황이 개선되어 가는데도 오히려 걱정이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실 우리 경제에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좋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세계 4대 원유 수입국에 해당한다. 국제 유가가 10달러 상승하면 연간 경상수지가 약 80억 달러씩 악화된다는 계산이다. 유가가 올라가면 수출업체건 내수업체건 제조업체는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 물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기업 이익이 줄면 당연히 샐러리맨들의 지갑도 추워지고, 가정에서 소비할 돈이 줄어든다. 소비가 줄어들면 바로 경기 침체, 즉 불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가 상승이 바로바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나라들이나, 미국처럼 자동차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나라에서는 유가가 올라가면 비용 부담 때문에 국민들의 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나라 전체가 불황을 맞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왜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실제로 지난해 8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가는 유가 상승이 일어났는데도 우리 경제에 준 타격은 크지 않았다. 올해 주가와 유가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은 바로 여기에 몇 가지 힌트가 숨어있다.
우선 지난해 유가도 올랐지만 또 하나 급등한 게 있다. 바로 원화가치다. 작년 초의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5.1달러이고, 현재는 56.96달러이다.<21.06.18 70달러정도까지 올랐다.> 다소(3.4%) 올랐지만 원화도 오르는 바람에 한국에서 실제 사들이는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작년 초(달러당 환율 1005.4원)에는 배럴당 5만 5397원에 사와야 했지만 현재는 5만 3383원에 사올 수 있다. 오히려 3.6% 싸진 것이다. 배럴당 70달러로 급등할 때는 사들이는 가격이 6만 9540원으로 올라 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쫓아가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유가 상승은 오히려 원화가치 상승으로 보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우리나라의 기름값 구조다. 우리나라 기름값은 정부가 세금을 많이 붙여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기준으로 무척 비싸다. 그 대신 국제 유가가 오르내릴 때도 움직이는 폭이 완만하다. 작년 초 리터당 1469원 정도이던 무연보통휘발유가 8월에는 1545원으로 5.2% 정도 올랐는데, 실제 국제 원유 가격은 31% 급등했을 때였다. 국제 유가의 급등이 소비 위축으로 곧장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유가 상승기에 코스피 지수는 더 올라
게다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서 기름을 사용하는 전통산업보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산업·IT산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게다가 증시에 또 하나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 증권거래소의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유가(油價)가 오르거나 내리는 데에 대해 국내 증시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1999년 2월 배럴당 11.36달러이던 유가가 2000년 9월 37.03달러까지 세 배 넘게 치솟았지만 코스피 지수는 같은 기간 오히려 6.5% 올랐다. 또 2002년 1월 이후 작년 8월까지 유가가 18.02달러에서 76.98달러로 무려 327%나 올랐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82% 상승했다. 반대로 1997~1998년 사이에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때라 주가가 9% 떨어졌다.
증권 전문가들은 특히 성장시장 증시는 유가가 상승할 때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유가 상승의 기본 원인이 ‘세계 경기가 좋다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란다. 유가가 상승하는 원인은 중동에서 전쟁이 나든가 해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와 경기 활황으로 수요가 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작년 유가 급등의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성장국가들이 원유를 빨아들여가고, 전 세계적으로 원유나 광석 등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행하면서 자금이 밀려들어 가격을 올려놓은 것이다. 작년의 유가 상승은 경기가 좋아지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보통 경기가 좋을 경우 더욱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 성장시장이기 때문에 대체로 유가 상승기에 성장시장 경기가 좋고, 그러다 보니 주가도 올라간다.
이것은 투자자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성장시장 투자자금과 실물 펀드 투자자금은 거의 비슷한 성격을 띤다고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보통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자국 펀드나 선진국에 투자하는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높은 수익을 노리는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실물펀드나 해외 투자에 나선다. 그런데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다소 경기가 나빠져도 바로 돈을 빼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실물 펀드나 성장시장 펀드에서 동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주식시장에서 ‘유가하락’을 걱정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는 것이 바로 세계경제의 하락세 전환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물론, 스피드만 조절된다면 경기 하강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적당한 유가 상승을 오히려 반겨야 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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